목록보기
이맘때면 생각나는 어느가수 이야기
2001-11-24 00:57:13
hit:1462  vote:10

찬바람이 불어오고 자꾸만 손을 주머니속에 넣고 싶어지는  
이맘때쯤이면 문득 떠오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김광석..........

제가 그를 만나게된건 대학시절 어느 가을 축제날이었습니다.  
유명한 가수가 축제날 찾아온다고 해서 친구를 따라 무작정  
학교강당으로 찾아갔던 그때 누군가 무대위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부를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무대조명이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듣는순간 그가 누군지 단숨에 알아챌 정도로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있었고 훌륭한 가창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거리에서" "사랑했지만" "사랑이라는 이유로" "일어나"  
그가 원래 부르기로 했던곡에 학생들이 요구한 몇곡의  
앵콜곡까지 이제 그는 보여줄걸 다 보여줬지만  
학생들의 "앵콜" 소리는 그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많은 돈을 받고 노래하는것도 아니고... 이미 밤 9시가 되어  
다른 스케쥴을 위해서라도 빨리 떠나야 할텐데도 그는 최대한 성의있게
학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더군요.........
결국 마지막 앵콜곡까지 끝나고 그가 기타를 들고 떠나려고 하는순간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무대위로 뛰어올라가 김광석에게 캔커피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처음엔 황당한 표정으로 여학생을 바라보던 김광석은  
캔커피를 받으며.......  
"깜짝 놀랬네, 캔커피 잘먹겠습니다." 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앵콜을 외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여러분 그럼 "광야에서"라는 노래 한번 같이 불러볼까요?" 라며  
다시 힘차게 노래를 부르더군요.......  
솔직히 몇만원... 아니 몇천원짜리도 아닌 400원짜리 캔커피하나를  
들고온 여학생.... 저같으면 그냥 외면하거나 아님 커피만 받아들고  
떠나버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여학생이 전해준 캔커피를 들고 마치 어린애 처럼  
환한 웃음을 보였고..... 또한 떠나려던 발걸음을 되돌려  
성의있게 앵콜곡까지 한곡 더 불러주고 떠났습니다.......  
팬이 전해주는  조그만 정성에 웃음지을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에 보답해줄수 있는 사람.........  
아마 그래서 제가 그의 미소를 지금껏 잊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도 이미 6년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많은 젊은 가수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정말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가수는 음반을 낸지 1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1백만장이상을  
팔았다고들 하고"  
"어떤가수는 전속계약금으로 수십억을 받았다고들 합니다."  
"심지어 어떤가수는 젊은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국민가수"란
소리도  듣더군요"  
솔직히 그들에 비하면..... 김광석은 초라해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는 수십억의 돈을 받아본적도, 국민가수 소리를 들은적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최소한 저에게 있어서 김광석은 요즘 젊은 가수들과  
비교할수 없는 훌륭한 가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써를 들으며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등학교시절" "광야에서를 부르며 웃음짓던 대학시절"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고참몰래 눈물짓던 군대쫄병시절"  
그의 노래는  저에게 그어떤것보다 큰 위로와 감동을 주었으니까요.....
어떤이에게 "가요톱텐 1위" "음반 수백만장판매" "가요대상 수상" 으로
기억되는 노래를 부른 가수도 물론 대단한 사람이겠지만.......
어떤이에게 "추억"으로 때론 "즐거움"으로 때론 "감동"으로  
기억되는 노래를 부른 가수야 말로.... 더욱 행복하고 대단한
사람아닐까요.  
오늘은 김광석이 부른 "그날들" 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이젠 보고싶어도 보기 힘들어진 어떤 여자 생각이나 해봐야겠습니다.
^^;
< 하이텔 박성진님이 올리신 글이었습니다 >

written by 민도리

name: pass:
pass :